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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이요~" 사람 사이 요리조리 '배달로봇' 출동

한전진 기자I 2025.03.12 06:00:00

[로봇배달 시대 개막]①
소비자 상대로 실전 도입 나서는 배달앱
글로벌 로봇배달 시장 연평균 30% 성장 전망
줄어드는 라이더…로봇으로 '효율' 높이기
'안전' 최우선, 플랫폼도 대책 마련 분주
배달업계 게임체인저 부상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지난달 24일 점심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의 한 타코 전문점. 요기요의 배달 로봇 ‘뉴비’가 음식점 앞에 멈춰 서자 주변 행인들도 모여든다. 이곳 점장 이선영 씨는 익숙한 듯 요기요앱을 켜 연동시킨 후 뉴비의 윗 뚜껑을 열고 주문받은 음식을 실었다. 이후 뉴비는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며 목적지로 향했다. 총 거리는 200m가량. 뉴비는 오토바이, 행인, 차량 등이 뒤섞인 이면 도로 거리를 뚫고 횡단보도까지 건너 20여분 만에 배달을 완료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로봇 배달’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도로와 인도에서 배달 로봇을 보는 것은 더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다.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올해를 로봇 배달 도입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실증 테스트, 이벤트 운영을 넘어 직접 앱에 연동시키며 실전 도입에 나서고 있다. 기술력이 높아진 만큼 이젠 어느 정도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는 복안이다. 특히 소비자 주문을 수행하면서 쌓은 데이터와 피드백으로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배달 로봇의 수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배달 업체들의 목표는 같다. 배달 수요 증가에 따른 라이더 부족 사태를 막고, 라이더들이 기피하는 주문을 로봇에 맡겨 배달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글로벌 로봇 배달 시장 규모는 급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지난해 3억 9860만달러였던 로봇 배달 시장은 매해 30%씩 성장해 2032년에는 32억 261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강남대로에서 자율주행로봇이 라이더의 옆을 지나가고 있다. 자율주행로봇은 보행자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배민부터 요기요까지…로봇 배달의 ‘원년’ 시작

11일 업계에 따르면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은 지난달 17일부터 강남 역삼동에서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로봇 배달 가능 지역에서 요기요 앱을 접속하면 로봇 배달 서비스 탭이 활성화된다. 현재 가게에서 1.2㎞ 이내 거리에 한 건씩 배달하는 서비스를 식당과 고객 모두에 무료로 제공 중이다. 총 14대의 뉴비가 투입됐고, 이를 위한 충전 스테이션(대기장소)도 마련했다.

앞서 요기요는 지난해 8월 인천 송도에서 국내 배달앱 업계 최초로 로봇 배달을 도입했다. 이젠 신호등 인식과 상황 분석 기능을 갖춘 만큼 본격적으로 도심 내부까지 서비스 권역을 넓힌다는 복안이다. 운영 숙련도 향상으로 배달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요기요의 설명이다. 송도 서비스 첫주 당시 평균 배달시간은 41.7분이었지만 지난달 기준 28.6분으로 10여분이나 줄었다.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지난달 25일부터 강남 지역에서 로봇 배달을 시작했다. 요기요와 마찬가지로 배민앱에 접속하면 로봇 배달을 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재 퀵커머스(단거리 배송) 서비스인 B마트에 우선 적용한 후 일반 식당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과거 보여주기 식에 그쳤던 모습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만큼 기술력이 올라갔다는 자신감이다. 실제로 배민의 배달 로봇 딜리는 센서를 통해 스스로 신호등을 판별할 수 있다. 오토바이, 유모차, 행인 등 주변 사물을 인식해 가동 범위와 속도를 조절한다.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의 자율주행배달로봇 뉴비, 갑자기 다가가 길을 막으니 곧바로 움직임을 멈췄다. (사진=한전진 기자)
◇갈수록 부족한 라이더…로봇으로 ‘효율’ 높인다

배달앱 업계가 로봇 배달에 진심인 것은 라이더 부족 문제 해결이다.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라이더 수요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쿠팡이츠가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면서 라이더를 지속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배민과 요기요의 고민이 깊다. 이는 결국 배달 속도 지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객 주문이 들어와도 라이더가 배차되지 않으면 음식은 배달할 수 없다.

당장 효율이 크지 않더라도 최적화가 충분히 이뤄지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배달 거리가 짧거나 높은 언덕 등 라이더가 선호하지 않는 주문을 로봇에게 맡기는 것이 가능하다. 비나 눈이 오는 악천후에서도 배달 서비스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로봇 배달은 쉬는 시간이 없다. 24시간 밤낮을 가리지 않아 다양한 배달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

특히 배달앱 업계 1위 우아한형제들이 올해 배달 로봇 서비스 확대를 예고한 만큼 상용화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이라는 플랫폼을 가진 동시에 자체 배달 로봇 제조 역량을 갖고 있다. 기술 개발과 실전 적용을 한번에 추진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뉴비가 인파가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안전 최우선”…현장 요원 배치하고 ‘로봇 보험’도

물론 배달 로봇 산업은 아직 보완할게 많은 분야다. 로봇 배달은 층수 배달이 불가능하다. 고객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1층에서 받아야 한다. 배달 속도도 아직 일반 라이더에 비하면 느리다. 초기 투자 비용 부담도 크다. 배달 로봇의 가격은 대당 수천만원에 이르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고 사례다. 배달 로봇이 차량, 오토바이와 충돌하거나 길 위에서 멈춰서 도로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 학생이나 취객이 배달 로봇의 진로를 고의로 방해·파손하는 일도 우려스런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뉴비는 인천 송도에서 배달을 진행하다가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셈이다. 박종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부교수는 “서빙 로봇처럼 배달 로봇도 곧 보편화될 것”이라며 “이젠 로봇 배달에 따른 사고, 보행자 방해, 도로 정체 등에 대한 방안을 사회가 함께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배달 플랫폼들도 대비에 나섰다. 요기요는 안전을 위해 현장 관리 요원을 배치 중이다. 배달 로봇이 사고·훼손으로 동작이 어려운 경우 5~10분내 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대기한다. 이들은 평상시 로봇의 유지보수 업무를 맡는다. 로봇 보험 가입도 확대 중이다. 현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운행안전인증을 받고 보험에 가입한 로봇은 보행자와 같은 지위를 가진다. 만일 차량과 사고가 나면 법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배민도 비슷한 방안들을 추진하는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다. 아직 배달 로봇은 도로에서 낯선 존재다. 이런 과도기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배달 로봇이 법적으로 보행자 지위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시선은 아직 로봇에 머물러 있다”며 “보험사나 지자체에 이를 적극 알리고 내부적으로는 시행착오에 따를 대응 메뉴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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