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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이데일리가 은행연합회 공시를 조사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동산담보대출잔액은 1조 4156억원으로 전년(1조 6953억원)에 비해 2797억원 감소했다. 동산담보대출잔액은 2020년말 1조 4466억원에서 2021년말 1조 7857억원으로 늘었다가 2022년부터 3년 연속 줄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지방·특수은행 동산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방은행 동산담보대출은 2021년말 1798억원에서 2022년말 637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말에는 605억원까지 줄었다. 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은 2021년말 8341억원까지 늘었으나 지난해 4885억원으로 4년 새 3456억원 감소했다.
시중은행은 2021년 7785억원에서 2023년말 9667억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1001억원 감소한 8666억원을 기록했다. 동산담보대출은 기업이 가진 기계설비·기구, 재고자산, 농축수산물 등 유형자산과 매출채권·지적재산권 등 무형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이다. 부동산이 없고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을 때 담보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제조업 중소기업의 동산 자산비중은 전체의 37.3%, 서비스업에서는 동산 자산이 27.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지방·특수은행 중심으로 대출 급감…中企 자금난 가중
문제는 지방·특수은행을 중심으로 동산담보대출이 줄고 있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 ‘2024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신규대출이 거절된 중소기업의 41.9%가 담보 부족을 주요 거절 사유로 꼽았다. 은행·상호금융·저축은행 중소기업 대출 중 담보대출은 전체의 72.4%로,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은행이 동산담보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해 보증서·부동산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김현열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021년 이후 기업의 경영환경이 나빠지면서 지난해 오히려 은행권 동산담보대출 잔액이 감소했다”며 “고금리·고물가가 길어지고 경기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은행권에서 동산담보대출을 더욱 보수적으로 취급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20년 정부 주도하에 동산담보대출을 활성화했다”며 “이후 경기둔화와 담보 관리상의 어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대출잔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은행이 지속적으로 담보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열 연구위원은 “기계·매출채권 등 여러 자산을 하나로 묶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일괄담보제 도입 등 법·제도 개선이 여전히 미완성이다”며 “담보가 부족했던 중소기업 대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정책적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中企 대출 비용 낮출 정책 지원 필수
은행권 일각에서도 지역경제 살리기와 비부동산 담보대출 활성화 차원에서 동산담보대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동산담보관리 플랫폼 ‘KB PIM’을 2019년 구축하고, 담보인정비율을 우대하는 등 대출을 활성화하고 있다. 동산관리 IoT 또는 QR로 담보로 맡긴 동산(기계설비·재고자산 등)을 사후관리하면 경우 LTV를 우대해주는 식이다. 지난해에는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 판매 한도를 확대하고, 은행 자체 IP 가치평가도 늘렸다. 지난 1월에는 동산담보관리 플랫폼 서비스 제공업체를 KT에서 씨엔테크로 변경해 동산평가·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작년 상반기 은행연합회와 은행이 참여한 ‘은행권 혁신을 위한 실무협의체’에서는 금융사의 농기구 임대차 사업 등 동산금융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은행권 자체적 노력뿐 아니라 정책 지원도 필수적이다. 김현열 연구위원은 “동산담보는 부동산보다 가치평가와 담보관리가 어려워 정책적 유인체계 마련,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은행 등 채권자의 담보권을 충분히 확보할 방안을 함께 마련해 금리상승 압력을 낮추고 중소기업의 대출 비용을 실질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동산금융정보시스템에 쌓이고 있는 대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담보관리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