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35·남)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도 다이소를 애용한다. ‘꿀템’으로 불리는 가성비 신제품을 다이소몰에서 찾아보는 맛이 쏠쏠해서다. 먹거리는 쿠팡 등 종합몰을 이용하지만 패션·뷰티는 무신사나 올리브영 앱(애플리케이션)·몰에서 쇼핑을 한지 오래다. 박 씨는 “이젠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플랫폼들”이라고 말했다.
‘올다무토’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토스). 유통업계 ‘뉴 이커머스 플레이어’들이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는 이커머스로 주목받지 못했던 곳이지만 독보적인 본업 경쟁력을 통해 소비자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산업간 카테고리가 허물어지는 세상에서 향후 이들이 이커머스 판을 흔들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앱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전략적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키우고 있다. 토스는 2023년 3월 토스페이 탭 안에 ‘공동구매’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는 일종의 오픈마켓으로 셀러들이 입점을 신청해 물건을 판매하는 형태다. 소비자들은 할인가로 물건을 구매하고 토스페이로 결제를 진행한다. 현재 토스에 따르면 토스 입점 업체는 3만개를 돌파했다.
토스는 판매자를 위한 관리시스템 ’어드민‘을 정식 론칭하는 등 셀러 입점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는 토스페이 내 카테고리에 브랜드관도 신설했다. CJ제일제당(097950) 등 식품 브랜드부터 종근당, 센시아 등 제약·헬스케어 브랜드, 라네즈, 에뛰드 등 뷰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했다. 총 60여개로 입점 브랜드 수는 계속 증가세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쇼핑의 목표는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새로운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결제와 커머스를 연계해 앱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토스 가입자 수는 2800만명,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2480만명이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대체 플랫폼을 찾던 셀러들의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안정적인 재무 상황과 빠른 정산 덕분이다. 토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907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퀴즈, 추첨 등 이벤트로 10·20세대 이용자가 많은 것도 강점이다. 이들을 타깃하기 위한 셀러들이 주로 입점한다.
◇한국판 테무 등장할까…1000원숍 다이소의 가능성
‘1000원 숍’ 다이소도 이커머스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오프라인에서 확보한 집객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온라인 시장까지 가져가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다이소의 운영사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기존 오픈마켓 형태의 ‘다이소몰’과 다이소 상품만 취급하던 ‘샵다이소’를 통합하고 익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대량주문관과 강남 일부 지역에 퀵커머스(단거리 배송)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이커머스 업력이 짧은 것에 비해 사용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다이소몰의 MAU는 역대 최대인 335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81% 증가한 수치다. △소비 침체에 따른 초저가 상품 선호 △매달 600여개의 신상품 출시 △기존 생활용품에서 뷰티 등으로 카테고리 확대 등이 성장 요소다. 다이소는 지난해 4000억원을 투자해 초대형 물류센터 세종허브센터와 다이소몰을 위한 세종온라인센터 착공에 들어갔다. 중부권 물류망 확장이 목표로 2027년 1월 가동 예정이다.
다이소몰의 무서운 점은 그 발전 가능성에 있다. 균일가를 콘셉트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쇼핑 앱 테무가 비슷한 사례다. 이들은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중국의 생산업체와 세계시장을 연결한다. 다이소처럼 초저가로 생활·가정용품, 의류, 전자제품을 내놓고 있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것이 슬로건이다.
◇‘초’ 버티컬 무신사·올리브영에 기존 커머스도 ‘긴장’
무신사 올리브영은 이른바 초 버티컬(전문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패션, 뷰티에서 경쟁사가 범접할 수 없는 초격차를 갖추는 것이 목적이다.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조차 긴장한다. 올리브영은 현재 ‘K뷰티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옴니채널 전략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무기가 올리브영몰에서 주문하면 3시간 내 매장에서 제품을 배송하는 ‘오늘드림’ 서비스다.
이 덕분에 온라인 매출 비중이 매년 커지고 있다. 올리브영 온라인 매출은 2017년 첫해 600억원에서 지속 성장해 2023년 1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17.9% △2021년 24.3% △2022년 24.5% △2023년 26.7% △2024년 28.3% 등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이를 위해 물류 역량도 강화 중이다. 지난 2월 경북 경산 진량읍에 축구장 6개 규모(3만8000㎡·1만 2000평)에 달하는 올리브영 경산물류센터를 구축했다. 경산센터가 하루 동안 소화할 수 있는 출고량은 무려 100만개에 달한다.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무신사의 기세도 무섭다. 20년간 패션에 올인해 이젠 캐쥬얼, 디자이너, 명품 브랜드까지 소개하는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이 됐다. 무신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4조 5000억원을 기록, 연매출은 국내 패션 플랫폼 최초 1조원을 돌파했다. 강력한 온라인 패션 경쟁력을 갖춘 덕분이다. 현재 무신사 입점 브랜드 수는 8000여개다. 국내 중소패션 업체 모두 무신사 입점을 목표로 내걸 정도다. 회원수는 1500만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80%가 30대 이하 고객이다.
◇비 커머스 경쟁력이 강점…“빅블러 시대 본격화”
올다무토의 공통점은 본업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구축한 뒤 이커머스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이끄는 요인이다. 기존 이커머스처럼 할인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간편한 금융 서비스를 위해 토스에 접속한다. 국내서 균일가 제품을 파는 곳은 다이소가 유일하다. 패션, 뷰티 제품의 다양성은 무신사, 올리브영을 따라올 곳이 없다. ‘올다무토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이는 흡사 과거 쿠팡의 성장 비결을 연상케한다. 쿠팡은 본래 위메프 티몬처럼 타임세일을 벌이는 소셜커머스였다. 이후 직매입에 뛰어들어 천문학적 적자를 감수하면서 로켓배송이라는 독보적 무기를 만들었다. 빠른 배송을 위해선 쿠팡에 접속할수 밖에 없다. 이를 통해 소비자·브랜드를 대거 확보해 초격차를 만들었다. 쿠팡이 이커머스 1세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유다.
올다무토의 또 다른 강점은 본업을 통한 단단한 수익 구조다. 이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이커머스 사업의 재원이다. 만년 적자인 기존 이커머스와 대조적이다. 특히 이커머스 사업은 올다무토의 본업 경쟁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토스는 커머스를 통해 앱내 고객체류 시간을 늘린다. 다이소는 온라인 채널 파워로 기존 제조사들과의 균일가 협상력을 더욱 올리고 있다. 패션 뷰티 소비자의 무신사 올리브영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른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전문가들도 이들의 이커머스 사업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유통 산업도 업종 간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블러 시대에 진입한 상황”이라며 “특히 이커머스야 말로 플랫폼 간 경계가 무너지는 무한 경쟁 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다무토에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까지 기존 이커머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