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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미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선 건수는 평년보다 늘어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공개매수를 통해 자발적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거나 마친 기업은 쌍용씨앤이, 락앤락, 커넥트웨이브 등 7개사였다. 2023년 상장폐지를 추진한 상장기업이 4곳, 2022년엔 3곳에 그쳤지만 지난해 그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상황이다. 특히 중견기업계에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들은 수년 후 타의에 의한 상장폐지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자진상폐를 결정해 주주가치 제고 또는 경영 효율화를 자진상폐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자진상폐를 위한 공개매수를 통해 일시적으로 주가를 올려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소액주주들의 투자금을 보전하고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며 경영을 일원화한다는 논리다. 기업은 총 발행 주식수의 95% 이상을 취득하면 자진상폐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자진상폐의 증가는 국내 주식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상폐 위험이 있는 기업이라는 것은 이미 관련 산업이 후퇴하거나 주식 시장을 통한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고 결과적으로 자의든 타의든 상폐라는 결정 자체가 소액주주 및 시장에 모두 부정적인 신호라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자진 상폐한 락앤락도 매수 가격 결정 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의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안해 소액주주들에게 반발을 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주 가치에 부합하는 기업이 계속 나와야 하지만 자진상폐의 증가는 실적악화와 주주도 부정적으로 해당 기업을 바라본다는 의미다”며 “이는 곧 기업의 기반이 약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자진상폐 배경이 기업의 부실과 관련된 것인지 시장의 기초 체력의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도 “기업의 상장은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자진상폐 기업이 늘어난다는 건 국내 자본시장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기에 힘들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