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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법원은 이날 이마모을루의 구금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뒤이어 튀르키예 내무부는 법원 결정을 근거로 이마모을루의 시장 직무를 정지한다고 공표했다. 이에 따라 이마모을루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 후보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도 불분명해졌다. 유죄 판결시 자격이 박탈된다.
앞서 이마모을루는 지난 19일 부패, 범죄조직 운영 및 테러 연루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구금됐다. 같은 날 검찰은 그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이들의 정치조직 쿠르드사회연맹(KCK) 등을 지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뇌물 수수 및 공개 입찰 조작 등 부패 의혹도 제기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튀르키예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소속으로, 다음 튀르키예 대선에 야권 후보로 출마할 계획이었다. 그는 2019년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데 이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당을 이끌고 집권당인 개발정의당(AK)을 20년 만에 패배시켰다. 이후 이마모을루 시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CHP는 이날 이마모을루를 대선 후보로 지명하기 위한 내부 경선(예비선거)을 강행했다. CHP는 당원은 물론 비(非)당원까지 포함해 약 1500만명이 이날 전국 투표소에 몰려들었으며, 미래 대선 후보로 이마모을루를 지지했다고 발표했다. CHP는 비당원 투표만 1300만표를 넘어섰다며 이는 조기 선거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마모을루 측은 자신이 체포된 것과 관련해 엑스(X·옛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지금 진행되는 것은 사법절차가 아닌 즉결처분”이라며 “상상할 수 없는 음모와 중상모략”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나는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설 것”이라며 “우리는 이 쿠데타, 이 민주주의의 어두운 얼룩을 모두 함께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마모을루 체포로 촉발된 반(反)정부 시위는 최근 10여년 만에 최대 규모로 격화했다. 에르도안 정부는 전날 전국적으로 집회 금지령을 4일 연장했지만. 이날 주요 도시에선 이마모을루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5일째 이어졌다. 일부 지역에선 시위대가 경찰 측과 산발적으로 충돌했으며, 과격 시위를 벌인 일부 참가자는 체포됐다. 전날에만 300명 이상이 구금됐다.
이마모을루가 시장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스탄불 시의회는 규정에 따라 수일 내로 시장 대행자를 선출해야 한다. CHP가 다수 의석을 장악하고 있지만, 차기 시장이 선출되면 이마모을루의 대권 도전 역시 불투명해진다.
로이터는 “튀르키예를 22년간 통치해 온 에르도안 정부에 대한 반발이 확대하려는 징후가 포착된다”면서 2013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 이후 폭력적인 탄압이 이어졌을 때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마모을루가 체포·구금된 이후 튀르키예 리라화, 주식, 채권 가치가 급락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통화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으며, 금융당국은 이스탄불 증권거래소에서 공매도를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