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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률도 같은 이유에서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23년 알츠하이머병으로 국내 인구 10만명당 21.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22.7명)에 비해서는 소폭 줄었으나 2000년(0.3명)과 비교하면 72.3배나 뛰어올랐다.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이처럼 스스로 의사 결정이 어려운 고령 치매환자가 늘면서 ‘치매머니’에 대응할 필요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본인 동의가 없으면 금융권에 예치된 돈을 제3자가 활용할 수 없다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오히려 준비 없이 치매에 걸린 이들이 보유한 상당 규모의 자산을 묶어버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는 세대 간 상속을 어렵게 해 환자의 가족을 경제적 위기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다.
앞서 2004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에 진입한 일본은 치매머니 문제를 먼저 마주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다이이치 생명경제연구소는 2017년 기준 143조엔(약 1427조원)으로 추산된 치매머니가 2030년이 되면 215조엔(약 2146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일본 국내 총생산(GDP)의 40%에 해당하는 규모인 만큼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치매 전 가족에게 미래 자산관리를 위탁하는 ‘가족신탁’, 판단 능력을 상실한 개인 대신 특정인에게 법률적 행위와 권한 부여하는 ‘성년 후견인제’ 등을 유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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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담겼던 ‘치매 고령층 대상 공공신탁사업모델 개발 및 시범사업 도입’ 과제는 사업모델에 대한 협의가 시작되지 않았을 뿐더러 주무부처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국민연금공단이 수행한 ‘고령자 공공신탁 사업모델 구축방안’ 연구용역 결과는 복지부 주도로 시범사업 대상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연구용역은 끝났으나 실제 시범사업 모델로 적용할지에 대한 의사 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저희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주요 추진과제이고 향후 한 두 달 안에 방향성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고령층 1인당 순 자산액은 2016년 2억 9000만원에서 2022년 4억 5000만원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그중에서도 현금화하기 어려운 ‘비유동자산’으로 자산을 형성한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8~1974년)들이 향후 노년층으로 진입할 경우 치매머니 문제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2023년 발간한 ‘투자와연금리포트 64호 2차 베이비부머 직장인의 노후준비 현황 조사‘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부머 직장인의 총 자산은 7억 4859만원이었으나 이중 83%가 부동산 지분이었다.
국회에서도 치매머니 대응 방안을 담은 개정안이 여야에서 모두 발의돼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은 금융회사가 아닌 법무·회계·세부법인 등 전문기관이 신탁 업무의 일부를 위탁받아 치매·요양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의원 12명은 지난달 말 복지부 주도의 재산관리 지원사업을 명문화하는 ‘치매관리법 일부개정안’을 제안했다. 이들은 “민간신탁신탁상품의 경우 재산관리 지원 수단 위주이고 자산가 중심의 영리신탁 위주로 공급되는 한계가 있다”며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자가 자신의 의사결정으로 재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공신탁 서비스를 도입할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