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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0개월 이상 소고기' 등 농축산물 개방 압력 우려…"품목별 대응해야"

김은비 기자I 2025.03.14 05:00:00

미국 축산업계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요구
"재협상 거부 명분 부족…수입 확대땐 타격 불가피"
쌀·소고기 등 카드로 다른 분야 압박 가능성도
최근 수입 증가율 낮았던 너트류, 신선과일 등
"미국 실익 낮은 점 설득하고, 품목별 대응 찾아야"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공산품을 넘어 소고기 등 먹거리까지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국가별 검역 조치를 포함한 ‘비관세 장벽’을 명분으로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농축산물까지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하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관련해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연령 제한이 한국에서 민감한 이슈라는 것을 알지만 무시해서는 안 되는 쟁점”이라고 밝혔다.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에 대한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실제 미국 USTR는 작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30개월 이상 제한은 ‘과도기적 조치’인데도 16년간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다진 소고기 패티, 육포, 소시지 등도 수입이 금지된 점도 문제삼았다.

아직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같은 의견서를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압박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현재 관련업계로부터 외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관행 및 상호적이지 않은 무역 협정에 대한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등 적절한 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소고기 수입 확대 반대 명분 약해…국내 업계 타격 우려

전문가들은 당장 미국에서 소고기 수입 확대를 요구하면 한국 정부에서 반대할 명분이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에 도입했다. 그 이후 미국산 소고기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NCBA는 중국·일본·대만이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한국과 유사한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확대되면 국내 축산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농무부 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에 대한 미국산 소고기 수출액은 22억 2000만 달러(약 3조 3300억 원)로, 2015년보다 174% 급증했다. 김성훈 충남대 교수는 “국내 축산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물량이 늘어나면 축산업계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고기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다른 분야에서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기대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은 통상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이든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점을 활용해 다른 분야에서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축산물 분야에서는 지난 10년간 한국으로 수출 증가율이 낮았던 견과류나 신선 과일 등 미국 농산물 수출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는 품목들이 거론된다. 혹은 비농업 부문의 추가 개방을 요구할 수도 있다.

◇ 쌀 TRQ 확대 요구 가능성도…“한국도 비관세 장벽 품목 찾아야”

소고기뿐만 아니라 저율관세할당(TRQ) 품목의 관세 감축 요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대표적으로 513%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쌀이 꼽힌다. 이에 대한 관세 감축 혹은 TRQ 물량을 확대해 달라는 내용이다.

쌀 외에도 TRQ 폼목은 △탈지 및 전지분유(176%) △연유(89%) 등 일부 낙농품과 △천연 꿀(243%) △식용 감자(304%) △식용 대두(487%)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등의 시장 개방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에서 소고기, 쌀 등 민감한 품목은 건드려도 미국에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서진교 GS&J 원장은 “30개월 이하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 ‘자칫 불필요한 개방압력이 미국의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국 내 관련 업계에 알려, 그들의 우려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품목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미국의 비관세 장벽에 막혀 사실상 대미 수출이 불가했던 상품이나 원인을 찾아 협상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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