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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4월 28일 조기 총선…'트럼프 대처'vs'변화의 시간'

정다슬 기자I 2025.03.24 07:16:05

카니 총리, 취임 9일만 의회 해산 요청
여론조사 상에서는 지지율 엎치락뒤치락
''집권 3번'' 자유당 피로감 높지만 트럼프에 대한 우려 높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오타와의 리도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독에게 의회 해산을 요청하여 4월 28일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캐나다가 4월 28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치른다고 밝혔다. 당초 예정된 투표일보다 6개월가량 빨리 실시되는 것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3일 국가 원수인 찰스 3세를 대신해 메리 사이먼 총독과 회동해 의회 해산을 요청했다. 이후 카니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4월 28일 총선 투표를 실시하며, 그에 앞서 후보자들은 5주간의 유세 일정을 소화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AP·AFP·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가 총리가 된 지 9일 만이다.

캐나다의 조기 총선은 예상돼왔던 바였다. 정치 신입인 카니 총리는 현재 하원 의원이 아닌데다 집권당인 자유당이 하원에서 소수당이었던 만큼 연방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해 정책 추진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연방인 캐나다에서 하원은 입법부 내 실질적인 의사 결정권을 지니고 있다. 당파성이 덜한 상원의 경우 의원을 유권자들이 직접 선출하지는 않고, 총리 추천 인물을 총독이 임명한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를 인용, 2015년부터 집권해 온 자유당이 올해 초에는 보수당보다 크게 뒤졌지만 현재는 경쟁자보다 약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주 공개된 4009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앵거스 리드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유당의 지지율은 42%로 보수당(37%)을 앞섰다. 앵거스 리드는 오차범위가 ±1.5%포인트이며, 신뢰수준 95%이라고 밝혔다.

반면 어베이커스 데이터가 1500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이 39%, 자유당이 36%로 보수당이 다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트럼프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답한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자유당이 거의 30%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고 어베이커스 데이터는 밝혔다.

이에 따라 5주 동안 캐나다의 차기 리더십을 위한 치열한 선거운동이 벌어질 전망이다.

60세의 카니 총리는 골드만삭스 출신 은행가에 캐나다와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금융가이다. 반면 정치가로서는 신인이기도 하다. 다만 그의 경제에 대한 전문성은 폭넓게 인정받아 관세와 합병 등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위협 속에서 캐나다를 지킬 인물로 부상해 여론과 당 내부의 압력을 받아 사퇴한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를 이어 자유당 대표로 선출됐다.

공식적인 선거모드로 들어간 카니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국민의 민족주의 심리를 자극했다. 지난 14일 취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일할 수 있고 그를 존중한다고 말한 것과 비교해 훨씬 공격적인 어조다.

그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부당한 무역 조치와 주권에 대한 협박으로 인해 우리는 일생일대의 가장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트럼프는 캐나다가 진짜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우리를 분열시켜 결국 소유하려 한다”고 성토했다. 카니 총리는 그러면서 “캐나다의 대응은 강력한 경제 기반을 세우고 더 안전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미국이 우리를 차지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카니 총리는 최저소득계층의 세율을 1%포인트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를 통해 가구당 연간 최대 825캐나다달러(84만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위한 예산안 출처로서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새로운 기술을 통해 정부 효율성을 개선하고 지출을 억제하겠다는 약속을 반복했다.

피에르 폴리에브르 캐나다 보수당 대표(사진=AFP)
반면 앨버타주 출신인 45세 피에르 폴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7번의 선거를 치른 노련한 정치가다. 그는 트뤼도 정권 시절의 세금 인상과 재정 확대, 부족한 주택공급 등을 공격하며 “변화의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는 이날 퀘벡주 가티노에서 “잃어버린 자유당의 10년 후, 캐나다인들이 4번째 자유당 임기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금 감면과 자원 생산 증대를 포함한 그의 정책이 투자를 되살리고 캐나다를 자립시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퀘벡주가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니 총리는 한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어로 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영어로 답변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반면, 폴리에브르 대표는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다만 로라 스티븐슨 웨스턴 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 요인을 고려할 때 카니 총리의 정치 경험 부족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는 정치인들에게 보통보다 더 관대한 시선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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