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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운영을 효율화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개편안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이 시장적 요소(임금)와 규범적 요소(국가가 정한 하한선)가 결합한 복잡한 성격임에도 현행 제도에서 전문적 논의가 실종됐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차라리 ‘산식’을 활용해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돼 왔으나, 연구회는 산식과 관련한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회가 최저임금 결정 체계와 별개로 마련한 ‘지역별 구분(차등) 적용’ 방안에 대해서는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국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하향식)으로도 심의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방안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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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회가 제시한 현행 27명(노·사·공 각 9명)인 최저임금위 위원 수를 절반 이상 줄이는 방안은 전문가 중심의 회의체를 꾸리자는 취지로 분석된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위원들 임기(3년) 만료 후 새로운 위원을 꾸릴 때 청년, 비정규직, 여성, 자영업자와 같이 대표성을 배합해 위원을 추천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각 계층을 대변해 의견을 개진하는 데 힘을 쓰다 보니 본회의(전원회의)에서 전문적 논의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각 계층의 의견 청취 과정을 최저임금위 산하 전문위원회에서 담당하거나 본위원회도 현장 방문 횟수를 늘리는 대신, 전원회의에서만큼은 노사가 요구하는 안에 대한 전문적 심의를 할 수 있는 위원들로 꾸리자는 게 연구회가 내놓은 방안의 핵심이다.
주요국을 봐도 영국은 노·사·공 각 3명씩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심의·결정하고, 독일도 노·사·공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위원장을 제외한 공익위원 2명에겐 표결권이 없다. 일본도 18명으로 한국의 3분의 2 수준이다.
최저임금위의 효율성·전문성 제고를 위해 마련한 또 다른 핵심 축은 전문위 역할 강화다. 적절한 임금 구간을 미리 논의한 뒤, 전문위가 마련한 구간을 토대로 전원회의에서 심의하자는 안이다. 지금도 생계비전문위, 임금수준전문위 등 분과가 있지만, 보고서를 채택하고 딱 한 차례 회의하는 등 사실상 역할은 유명무실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9년 최저임금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내놨으나 노사 양측의 비판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이번에 연구회가 내놓은 방안이 당시 개편안과 다른 점은 본위원회는 1개(전원회의)로 통일하고, 산하 분과(전문위)의 전문성만 강화하자는 것이다. 전문위에서 통일된 안(일정 구간)이 나오지 않더라도, 논의 내용을 본회의에 올리면 지금보단 효율적인 심의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이다.
연구회는 최저임금을 정할 산식과 관련해선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매번 전문 논의 없이 결정되다 보니 산식을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지난해 심의 당시 공익위원들은 일정 산식을 활용해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산식이 위험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예컨대 물가상승률이 대폭 올랐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크게 인상하면 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국가 경제적으로도, 노동자 입장에서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역특화 최저임금 설정 근거 마련
최저임금 결정 체계와 별개로 내놓은 지역별 차등 적용 방안은 지역 내 특정 업종에서 단체협약이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지역에 특화한 최저임금을 설정할 수 있게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 내 뿌리산업에서 노동 수요(구인) 대비 공급(노동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해당 지자체가 노사 간 단체협약 등을 통해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식이다. 지역별 적용과 업종별 적용을 혼합한 형태로 분석된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업종)별로만 차등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지역별 차등 시 국가 최저임금을 상회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은 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하향식)으로도 심의할 수 있게 길을 터준 셈이어서 향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경영계가 매년 업종별로 ‘하향식’ 차등을 주장하며 최저임금위가 소모적 논쟁에 시간을 보내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별로도 이 같은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업종이나 지역별 차등을 도입한 주요국은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상향식)에서 허용하고 있다.
연구회는 이러한 내용의 개편안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이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입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회가 마련한 개편안은 모두 최저임금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노사 양측의 반발이 심할 경우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