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수 추경의 용처별 규모는 총 10조원 수준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8일 열린 경제관계장관 간담회에서 △통상 대응 및 AI 경쟁력 강화 3조~4조원, △민생 지원에 3조~4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산불 대응 및 피해 지원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으나, 총액이 10조원 규모라는 점에서 2조~3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리스크 대응과 민생 지원에 최대 폭을 지원한다고 고려하면 산불 대응엔 2조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재부 예산실이 각 부처에서 올라온 예산안을 놓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총액이 수천만원 가량 더 늘어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애초 10조원 수준이라고 가이드라인만 잡은 것이고, 각 부처의 요구에 따라 10조 5000억원이 될 수도 있다”며 “예산 집행은 각 부처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 예산 규모가 각기 다르고 조율 과정이 까다로운 탓”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통상·AI 부문에선 ‘관세 대응 및 수출 바우처’ 대폭 확대 및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정책금융 추가 공급 방안이 반영된다. 공급망 안정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투자보조금을 신설하고 국내로 돌아온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투자보조금도 확대할 방침이다. AI 생태계 혁신을 위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 이상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도 추경에 반영할 예정이다.
민생 예산인 서민·소상공인 지원에도 3조~4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 재원은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저금리 정책자금 지원, 서민·취약 계층의 소비 여력 확충을 위한 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산불 대응과 관련해선 우선 복구 공사에 필요한 재원 마련과 산불감시용 드론 및 고성능 헬기 추가 도입 등 향후 산불 예방 비용이 포함된다.
이번 예산안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전 국민 민생지원금 지급’과 ‘수출 기업 지원과 내수진작 예산 확대’ 등은 반영되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는 필수 추경의 가이드라인은 최대한 지키되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최소한의 확대 폭’만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여당의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필수 추경안을 정부가 제출한 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확대된다고 해도 재정건전성을 감안해 최소한(약 2조원)의 추가 예산 반영만 가능하다”며 “수 십조 규모로 확대되면 국제 시장 상황과 국채 발행 규모를 고려해야 하는데 국채금리가 갑자기 오르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슈퍼 추경론’에 대한 요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한데다 일본 등 주변국에서도 경기 부양을 위한 과감한 추경을 시도하고 있어서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등을 포함해 최대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이 필요하다고 맞선데다 국민의힘도 민생 예산 확대 기조로 돌아섰다. 21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50조원 규모의 대규모 추경 편성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주변국인 일본은 오는 6월까지 전 국민 지원금(약 30만~100만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만도 5000억대만달러(약 22조원) 규모의 국가금융안정기금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