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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상운임은 지난해 수에즈 운하 항로가 막혀 선사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뱃머리를 돌리며 급등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관세를 피하기 위한 중국산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진 것도 운임을 한 차례 더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올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해상운임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미국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 장벽을 높이면 그에 따라 물동량도 줄어들 거란 우려가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그동안 예고했던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했는데,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가 적용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이틀간 뉴욕 증시 6조6000억달러(약 9600조원)가 증발했을 정도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 기본관세를 적용하고 약 60개국에 이르는 주요 국가에는 관세율을 최대 50%까지 차등 부과하는 식이다. 한국에는 25%의 관세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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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동안 비싼 해상운임 탓에 수익성에 문제를 겪던 기업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타이어, 자동차 부품, 화장품, 가전, 석유화학 등 수출을 주로 하는 업체들은 지난해 급등한 해상운임 탓에 적잖은 물류비를 부담해야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는 지난해 물류비로만 약 6조원을 썼다. 특히 중소 수출업체들은 아예 선박을 확보하지 못해 수출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5월까지의 해상운임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주로 1년 단위 장기운송계약을 3~5월에 맺는데, 이 시점의 해상운임에 따라 장기계약 조건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시기에 운임이 높아야 협상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