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올해 첫 제작작품 ''만선''
1964년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
사실주의 연극 정수…2년 만에 재공연
이달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서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우르르 쾅!’
번쩍이는 번개와 함께 울려 퍼지는 요란한 천둥소리가 고요하던 극장 안의 적막을 깬다. 이윽고 천장에서 세찬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면서 휘몰아치는 폭풍우와 거센 파도가 무대를 덮치는 장관이 연출된다.
 | (사진=국립극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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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정수로 꼽히는 연극 ‘만선’이 돌아왔다. ‘만선’은 1960년대 남해안의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만선을 꿈꾸는 뱃사람 곰치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연극이다. 고리대를 받아가는 선주의 횡포 속에서 생계를 위해 “그물을 놓느니 차라리 배를 가르겠다”는 각오로 바다로 뛰어드는 어부의 비극적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먹먹함을 안긴다.
이 작품은 국립극단이 1964년 10만 원의 상금을 내걸고 진행한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출발했다. 초연 당시 천승세 작가에게 제1회 한국연극영화상(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트로피를 안겼다. 이후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만선’은 2021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으로 무대에 다시 올랐고 2023년에도 관객과 만났다.
 | (사진=국립극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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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은 2020년 윤색 작업을 진행할 당시 여성 캐릭터들의 성격을 원작보다 한층 더 소신 있고 당차게 설정하며 시대성을 반영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는 곰치의 아들 도삼 등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주체성이 더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세밀한 부분을 다듬었다.
출연진은 2년 전 공연 때와 같다. 곰치 역의 김명수, 곰치의 아내 구포댁 역의 정경순을 비롯해 관록의 배우들이 더욱 정교해진 합을 자랑하며 소름 돋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무려 5톤 분량의 물을 쏟아 부으며 부조리한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무력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공연은 오는 30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펼쳐진다. 심재찬 연출은 “기득권의 경제적·정신적 수탈 구조가 잘 드러나도록 신경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