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업은 말이 성능개량이지, 사실상 서쪽 해병대 2사단부터 동쪽 육군 22사단까지 10년 전 구축한 최전방 철책과 감시카메라를 전부 교체하는 사업이다. 입찰에 참여한 5개 업체 중 3개 업체가 1차 서류평가를 통과했다. 방위사업청은 이들 업체 장비를 대상으로 6~11월 성능 시험평가를 진행해 12월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카메라가 만능?…주·보조 바뀐 경계 체계
GOP 과학화 경계 시스템은 철책 선상의 중거리와 근거리 카메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침투하는 적을 원거리에서부터 식별·추적하고, 철책에 감지센서를 설치해 침투행위를 감지하는 것이다. 감시와 감지 체계와 연동해 운용하는 통제시스템까지가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다. 그러나 카메라의 경우 화각의 특성상 짧은 거리는 비교적 넓게 볼 수 있지만, 거리가 길수록 화각이 좁아져 감시 구간이 급격히 줄어든다. 다수의 카메라를 설치하더라도 공간 전체를 감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안개 등 운무에도 취약하고 동부전선 산악지형에선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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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방사청의 제안요청서(RFP)상 성능 시험평가 기준도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감지시스템 성능 시험평가 항목 중 사다리나 나무 등 ‘월책 보조도구 없이 시험평가를 수행한다’는게 대표적이다. 초경량 조립식 사다리 등 월책에 활용 가능 도구들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감지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건 의문이다. 경계방호시설물 설치 사업을 관장하는 국방시설본부 매뉴얼에도 사다리 등을 이용한 월책 감지를 시험평가하도록 돼 있다. 그러고선 기타 제안요청사항에서 ‘월책 보조도구에 의한 감지대책을 제안하고, 시험평가를 통해 확인한다’고 기재했다. 평가는 하지 않고 확인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불필요한 경보’ 개념, 오경보율 기준 낮춘 꼴
또 ‘오경보’에 대한 용인은 최소 범위여야 하지만 제안요청서는 동물 접근 및 바람·우천 등 자연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보를 ‘불필요한 경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제안 업체들에게 불필요한 경보 최소화 방안을 제시하라고 했다. 탐지율이나 오경보율 시험평가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게다가 ‘고정된 사물의 흔들림에 의한 오경보 중 풍속 21m/s 이상 또는 순간풍속 26m/s 이상 시에는 오경보 적용을 제외한다’고 돼 있다. 저강도 태풍 수준의 바람세기를 틈타 침투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를 시험평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바람은 하루종일 균일하게 불지 않기 때문에 성능검증의 객관성도 의심받을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오경보라도 감시카메라로 경보 현장 확인이 어려울 경우 병력이 출동해 확인해야 한다”면서 “상황실 요원들이 동물이나 바람, 우천 등에 의한 오경보를 불필요한 경보로 인식할 경우 실제 경보 등에도 무감각해져 경계 기강이 해이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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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전 국방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은 “폭우·폭설·폭풍 등은 감지 및 감시 시스템의 성능을 저하시키거나 무력화 할 수 있는 요소”라면서 “이런 치명적인 요소 발생 시 시스템 성능과 한계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방사청은 “감지·감시시스템은 합참·육군·해병대 등 관계기관의 협의를 통해 군 운용개념과 작전운용 성능에 맞게 요구됐다”면서 “시험평가 관련사항은 주관기관인 합참 및 육군 시험평가단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체계성능을 확인 예정으로, 세부 평가방법은 계획 수립 시 구체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