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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분명히 하며 연내 1~2회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시사한 상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해 내수 부진이 여전하고,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예상보다 더 격화되며 수출마저 비상등이 켜지면서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이 지난 13일 공개한 ‘3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통화정책 비중을 경기 하방 압력 완화에 두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월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1.5%는 지난해 10월 이후 3차례 기준금리 인하와 올해 2~3회(지난 2월 금리 인하 포함) 금리 인하 예상 경로까지 반영돼 있다고 했다. 앞으로 두 차례가량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시장에선 한은의 이러한 기조를 미뤄볼 때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을 5월로 보는 전망이 많았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내릴 경우 성장률이 0.07%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는 금리 조정 이후 1년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나온 추정치다.
문제는 다시 불붙은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위험이다. 올해 주택시장이 확장 국면에서 둔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으나 지난달 12일 서울시의 강남권 토허제 지정 해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20% 올라 4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된 가운데 강남 4구가 있는 동남권은 0.58% 뛰어 2018년 9월 첫째주(0.66%) 이후 6년 6개월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또 서울 아파트 2월 거래량은 15일 기준으로 신고 건수(계약일 기준)는 5138건을 기록하며 신고일이 보름 가까이 남았는데도 벌써 5000건을 넘었다.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지난달 2만 6000건이었는데, 이를 2배가량 넘어선 수준이다.
◇ “작년 8월 실기론 비판에도 금리 동결 배경은 ‘집값’”
상황이 이렇자 한은이 금리 인하를 서둘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커지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토허제 해제가 통화정책의 중요 변수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라면서 “앞서 2월 금리 인하 당시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금통위원 6명 중 2명만 인하를 내비쳤는데, 집값까지 이렇게 들썩인다면 상반기 인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년 8월에도 실기론이 나온 바 있으나 집값 급등세에 결국 금리 인하를 하지 못했던 결정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인하 실기론’ 비판에도 역대 최장 기록인 13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는데, 당시 동결의 주요 배경은 치솟는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등 때문이었다. 당시 금통위는 “금리까지 낮춰주면 집값과 가계부채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이창용 한은 총재 또한 “그때 결정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집값 상승은 한은의 태도를 상대적으로 긴축적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며 “그에 따라 경기 침체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