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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대표는 현재 국가 복지 체계가 지나치게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제각각의 기준과 방식으로 복지를 제공하다 보니, 정작 수혜자인 국민은 자신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나라에서 해주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로 복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한평생 복지계좌’다. 이 계좌는 개인이 생애 동안 받을 수 있는 금전적·서비스형 복지 혜택을 한곳에 모아 기록하고, 언제든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이미 받은 복지 내역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정부와 지자체 간 정보 연계 부족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그는 “이건 단순히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변화”라며 “주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복지를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의 범용성과 유연성도 키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태권도 학원비를 지원하는 정책이 있는데, 그걸 꼭 쓰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해당 바우처를 다른 돌봄 서비스로 전환하거나 나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우처의 유효기간과 전용 가능성을 확장해 복지 예산의 누수를 줄이고 정책 효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한 전 대표는 복지 범주 설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외에도 차상위계층에 대한 정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과거 당대표 시절, 여름철 저소득층 전기요금 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초수급자는 명단이 명확해 신속한 지원이 가능했지만, 차상위계층은 기준이 불분명해 실질적인 지원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차상위계층은 제도별로 각기 다르게 정의되고 있어, 통합된 분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복지 범주가 불명확하면 정책 집행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어 복지 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모든 고민은 결국 ‘복지 정책의 실효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향한다.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한 전 대표는 “장기적으로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그에 앞서 누수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