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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 부르는 불법하도급, AI로 '콕' 잡아낸다

이배운 기자I 2025.04.14 05:00:10

국토부, AI 기반 단속시스템 개발 추진…내년 본격 도입
건설현장 17만개, 단속인력은 10명…AI로 단속력 증폭
임금체불·안전사고·자재부실 등 건설현장 병폐 해소 가속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건설 현장의 불법하도급 단속 체계를 전면 재정비한다.
건설현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설정책국 산하 건설현장준법감시팀은 최근 ‘AI 기반 건설공사 불법하도급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수행업체 선정을 마쳤다. 이번 용역은 불법하도급 의심 현장 단속 시스템의 정확도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기존에는 국토부 단속인력이 직접 건설공사대장, 실적자료 등을 교차 검증해 이상 징후를 추적하고 단속 대상을 선별해왔다. 하지만 하도급 계약은 업체의 경영상황, 현장 여건, 대표자의 신용도 등 수치로 파악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더욱 정밀한 분석 체계가 필요하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연간 17만 건 이상의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를 점검하는 인력은 10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제한된 인력으로 전국 현장을 촘촘하게 감시·단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AI 기술을 통해 의심 현장을 정밀하게 추출하고 집중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앞서 국토부는 2023년 508개의 의심 현장을 점검해 179곳에서 불법하도급을 적발한 바 있다. 적발률은 약 25%로 나머지 75%의 현장에서는 불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숙현 국토부 건설현장준법감시팀장은 “정부가 여러 차례 단속에 나서면 현장도 불법 행위를 숨기는 노하우를 축적하게 돼 단속이 무력화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이어 “지금도 1달에 약 200여곳의 의심 현장을 추출해 단속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장 적중률은 여전히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AI 분석 모델이 적용되면 이전 단속의 성패 데이터를 학습한 시스템이 유사한 조건의 현장을 식별해 적중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행정력 낭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사업은 단순히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 적용을 위한 기반까지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기존 단속시스템 및 데이터 분석을 통한 문제점 진단 △머신러닝 기법 등을 활용한 불법하도급 의심 업체 탐지 알고리즘 개발 △시범 적용을 통한 실증 실험 △분석 정확도 평가 △운영 인프라 구축 및 시스템 관리 방안 등이 포함된다. 국토부는 올해 하반기 일부 현장에 새로운 시스템을 시범 적용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전 도입할 계획이다.

한편 불법하도급은 국내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손꼽히고 있다. 원청에서 하청, 재하청으로 공사가 반복 위탁되는 과정에서 계약서 미작성, 대금 미지급, 무자격 업체 참여 등 각종 위법 행위가 발생하며 결과적으로 최종 시공자가 받는 공사비가 지나치게 낮아진다.

그 결과 임금 체불, 안전사고 등 현장의 연쇄적인 악순환이 발생하고, 공사 품질 저하, 자재 부실 등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진다. 일례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해 9명이 숨진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도 무자격 업체로의 불법 재하도급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남영우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AI 분석 모델이 본격 가동되면 불법하도급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실효성 있는 단속을 통해 건설 산업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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