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법대로 하기는 반으로, 방법찾기는 두 배로[유영만의 절반의 철학]

최은영 기자I 2025.03.31 05:00:00

유영만 지식생태학자·한양대 교수

[유영만 지식생태학자·한양대 교수]법은 아무나 만들 수 없다.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입법이다. 사회가 질서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법이다. 법은 과거지향적이다. 물론 미래사회를 지금과 다르게 상상하면서 필요한 법을 사전에 만들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법은 이미 일어난 사건과 사고를 규제하고 불특정 다수의 국민에게 억울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법대로 하지만
장인은 법대로 안 되면 자신만의 법, 방법을 찾는 방법개발전문가다. 법은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없지만 방법은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직장인은 법대로 안 되면 좌절하고 절망하지만 장인은 법대로 안 되면 법을 능가하는 방법을 개발해서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간다. 직장인은 해보기도 전에 한계선을 긋지만 장인은 시도하면서 한계에 도전한다.

법대로 하는 사람은 주로 책상에 앉아서 다양한 구상과 계획, 검토와 분석을 통해 사안의 실현 가능성이나 장애요인을 논리적으로 분석해보고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법은 난공불락의 철칙이자 반드시 따라야 할 원칙이고 지침이다. 하지만 현실은 법이 수용하지 못하거나 법의 잣대나 기준으로 판정하기에는 딜레마적 이슈가 혼재한 회색지대가 너무 많다. 직장인은 주어진 일의 범위나 제한된 틀 속에서 최선의 대안을 모색하며 효율과 성과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가급적 새로운 도전이나 낯선 세계로 향하는 도전보다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면서 안정과 조화, 규율과 관습에 따르는 삶의 방식을 선호한다. 엘렌 코트의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이라는 시는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로 시작해서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는 구절로 끝난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쓴 ‘운동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이라는 시도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운동을 시작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도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다……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로 끝난다. 시작하는 방법은 그냥 시작하는 것이다. 시작하면 방법이 생긴다. 니체도 말하지 않았던가. “모든 것의 시작은 위험하다. 그러나 무언가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사실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 시작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몸이 더 위험하다.

심장 뛰는 삶을 사는 사람은 키에르케고르가 구분한 ‘쿨 버드’(Cool Bird)에 대응하는 ‘핫 버드’(Hot Bird)다. 핫 버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능에 도전하며 어제와 다른 나로 변신을 거듭하는 사업가나 장인이다. 핫 버드는 세속적인 이유를 넘어서 어떤 일이 있어도 도전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신성한 이유, 즉 소명을 갖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직접 동기로 무장한 사람이다. 내가 살아야 하는 신성한 이유는 숭고한 목적에서 나온다. 성장체험은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온몸으로 느끼고 깨닫는 체험적 깨달음이자 성숙해지는 각성이다. 예를 들면 부유한 변호사로의 길을 포기하고 압제에 저항하는 비폭력 도덕 정치가로 변신하게 해준 각성 사건이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간디의 삶을 만들어준 것처럼 각성 사건은 살아가다가 무심코 내가 왜 태어났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각성 사건은 한 사람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자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깨달으며 다시 태어나는 제2의 탄생이다.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가장 소중한 이유나 목적은 내가 왜, 무엇을 위해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하고 신나는 지 깨닫는 각성 사건이 많은 삶에서 찾아진다.

각성 사건은 생각의 분량이 아니라 움직임의 분량에 비례한다. 격렬하게 움직이되 다치지 않는 움직임의 바다, 눈부신 움직임의 산맥, 힘들 때 한없이 깊어지는 포기의 생각, 그럼에도 지금 여기서 포기할 수 없는 신성한 목적, 행복할 때 꽃잎처럼 전율하는 근육의 떨림이 어울림의 하모니를 이룰 때 중년 이후의 삶은 건강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각성 사건은 주로 여행을 통해서 깨닫는 우연한 마주침의 산물이다. 여행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사소한 것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소중하게 다가오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필자에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소중한 경험적 사유의 과정이다. 사소한 것을 더 이상 사소한 것으로 보지 않고 거기서 이전과 다르게 사유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과정이 다름 아닌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기존의 법을 능가하는 새로운 방법이 용솟음치며 우리에게 선물로 다가온다.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