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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일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모으고 공표하는 과정을 통해 국민 중심으로부터 그 힘을 외부에 영향을 미치는 원심력의 개념과 가깝고 헌재 판결은 수십 명의 헌법연구관들의 보좌와 각 재판관들의 평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되는, 즉 움직이는 물체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구심력의 개념에 가깝다.
그렇다면 여론전이 가능하다는 전제는 맞는 것일까. 챗GPT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국민 여론의 영향을 받을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원칙적으로 법과 헌법에 따라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직접적으로 국민 여론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국민 여론이 완전히 무시될 수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독립적인 기관이지만 재판관들도 결국 인간이기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나 국민 정서를 의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과 관련한 판결은 국가적으로 큰 관심을 받기 때문에 국민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면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공감이 가는 해석이다.
헌재 선고를 앞둔 현재의 여론은 탄핵 찬성 혹은 가결 전망이 높다. 리얼미터가 지난 10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 ‘탄핵 인용’(파면) 55.6% 대 ‘탄핵 기각’(직무복귀) 43.0%로 나타났다. 탄핵 직후보다는 양측의 의견 차이가 줄었지만 여전히 탄핵 인용, 즉 파면 의견이 우세하다.
엠브레인퍼블릭과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탄핵 심판 결과 전망에 대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 파면할 것이다’는 답변이 57%,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킬 것이다’는 응답이 34%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온라인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는 윤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거래가 급격한 방향 전환을 보였는데 2월 ‘예스’(Yes), 즉 조기 퇴진 가능성이 80%가량으로 높게 나타났던 지표가 지난 20일 기준 32%로 내려앉았고 반대로 ‘노’(No)는 68%까지 상승하면서 국내 일반 여론조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나타냈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와 연이은 국회발 탄핵소추 기각 소식, 그리고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예상과 달리 지연되면서 폴리마켓의 예측 거래가 기각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에 회부하지 못할 경우에도 헌재를 정치권에서 가급적 최대한 해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지금처럼 정치권이 추천해 재판관을 임명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헌재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인데 법률가로만 전원 구성돼 국민의 생각과 유리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제 곧 여론의 원심력과 헌재의 구심력 사이에 균열이 없이 예측한 대로 원을 그리며 물체가 이동할지, 아니면 원을 그리던 물체가 궤도를 이탈할지 결판이 날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