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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갈린 '반세권'…완판 찍은 용인, 미분양 쌓이는 평택

박경훈 기자I 2025.03.24 05:00:00

지난해 흥행 실패 처인구 아파트…속속 분양완료
실수요보단 투자용 몰린 영향…추가 공급 예정
평택은 추가 투자 불확실에 공급 과다 겹쳐
"단기 공급 과잉 가격 조정, 향후 투자 가친 높아"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지난해 분양에서 쓴맛을 봤던 용인 ‘반세권’(반도체 산업단지와 가까운 부동산의 입지를 뜻하는 신조어) 아파트들의 위상이 바뀌고 있다. 완판을 이뤄낸 데 이어 대규모 추가공급까지 대기 중이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착공이 가까워지며 이들 지역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반면 또다른 반도체 영향권인 평택은 불확실성 속 과다 공급으로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는 목소리다.

내년 하반기 착공이 예정된 경기 용인시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자료=LH)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거 청약 흥행에 실패한 경기도 용인 처인구 아파트들이 분양을 거의 마친 걸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총 1681가구)는 지난해 8월 청약 당시 1259가구 모집에 1552건만 지원해 1.23대 1, 사실상 미분양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 완판을 이뤄냈다.

지난해 9월 청약을 진행한 ‘용인 둔전역 에피트’ 역시 최초 청약 당시에는 1009가구 모집에 1637건만 접수해 1.62대 1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거뒀다. 하지만 최근 계약률은 95%까지 올라 완판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용인’(1·2순위 경쟁률 2.91대 1), ‘역북 서희스타힐스 프라임시티’(1.03대 1) 등도 완판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지역 자체가 ‘실수요’(1·2순위 청약)보다는 ‘투자용’(무순위 청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평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초기 청약에서 미분양이 많았던 만큼 건설사들이 할인 분양과 중도금 무이자와 같은 금융 혜택을 제공하면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가격이 형성됐다”면서 “금리 인하와 교통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장기적인 가치 상승을 노린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반도체 산단과 가장 가까운 신축 대단지인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는 2027년 8월 입주 예정이다. 주변은 개발 초기 단계라 생활 인프라가 빈약하다. 여기에 반도체 산단 착공이 내년 12월 예정이고, 2030년에나 반도체 생산공장(팹·fab) 1호기 가동이 목표인 것을 보면 실거주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 바로 옆으론 총 2043가구 규모의 2, 3단지 분양도 이달 말 예정돼 있다. 반도체 산단과 더 가까운 처인구 남사읍에도 총 660가구 규모의 ‘힐스테이트 용인마크밸리’가 내달 청약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 역시 투자용 수요가 주를 이뤄 중·장기적으로 완판이 가능할 거로 관측된다. 분양 관계자 역시 “임대수요가 몰릴 것을 대비한 투자수요가 많이 있는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반면, 유사한 반도체 영향권인 평택은 울상이다. 반도체 공장 투자(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4, P5 라인) 재개가 현재까진 불확실한데 비해 아파트 공급은 과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관리지역’까지 지정됐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변동률(3월 2주 기준)만 봐도 평택은 올해 누적 -1.59%를 기록했다. 용인 처인구가 -0.34%를 기록한 것을 비교하면 하락 폭이 4.7배 크다. 다만 해당 숫자에는 반도체 영향권에서 벗어난 화양지구가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평택의 장기적인 전망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송 대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인접한 고덕신도시, 브레인시티 등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되는 지역이다”면서 “단기 공급 과잉으로 가격 조정가능성이 크지만 향후 투자 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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